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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근증과 내막증 이야기

날을 잡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한달 뒤에 오란다. 

 

그날이 바로 어제였다. 

한달 내내 긴장되었기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어제는..

눈 뜨자마자 긴장한 건지 

긴장되서 눈이 떠졌는지... 그렇게 하루를 시작했다. 

 

채혈을 먼저했다. 

여기는 헤모글로빈 수치만 검사해서 그런지 10분만에 나왔다. 

두 달전에 피 검사하고 8.7 나와서 

철분주사를 3번 맞아서 10은 넘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번의 크나큰 생리와 출혈로 인하여  

8로 더 떨어졌다. 

주사 맞는 거 정말 아팠는데... 우씨. 

주사 맞은 게 소용이 없었다고 하는데, 주사 안 맞았으면 지금 5~6 정도 되서 반 시체가 됐을꺼다. 

 

드디어 본격적인 진료. 

 

원장님은 

마지막 진료를 봤던 3년 전보다 자궁이 훨씬 커졌다며,

그때도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었네... 하시며, 

바로

나도 상담스케쥴 잡을때 사용하는 A4사이즈 monthly note를 꺼내시며

빨라야 9월 29일에나 수술 할 수 있다고 하셨고,

연필을 집어 드셨다. 

 

나도 기억한다. 그 날... 

그날의 원장님은... 

나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셨다. 

결혼....을 아직 안 하셨는데, 결혼은 더 늦게도 할 수 있어요...

출산 계획은 어떻게 되요..?

나이가 많긴 하지만

낳으려고 마음 먹으면 낳을 수 있어요... 

말을 뱅뱅 돌리는, 조심스러운 원장님의 배려가 많이 느껴졌다. 

 

"원장님. 

저는 결혼 계획이 적습니다. 출산계획은 없구요, 입양할꺼예요. 

말씀 편하게 하세요... "

 

원장님은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자궁이 너무 많이 커져서, 임신 6개월 사이즈라고 한다. 

자궁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장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내막증 가능성이 높고, 유착이 되었을 수도 있다..

"이 정도면.. 삶의 질이 너무 많이 떨어졌을꺼예요.. 수술을 권해요.."

 

3년 전에도 수술의 명분은 분명했기 때문에 

원장님의 노트와 연필은 예상했던 반응이다. 

 

원장님은

복강경에 대해 설명해 주셨고, 

유착이 있을 경우, 배에 구멍을 3개 뚫을 수도 있다는 부연 설명에 

나는 "원장님. 저는 뱃살이 많아서 원장님 고생하실 것 같아요."라고 여유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고 

간호사 선생님의 수술 일정 설명을 들으며, 글씨가 이쁘시다고 했고, 

주사를 놔 주시는 선생님께는 안 아프게 놔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나는 그렇게.... 괜찮다고, 잘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엄마의 전화에도 

" 어. 스케쥴 잡았어. 원장님 워낙 실력이 좋으셔서 환자가 많나봐..2달 뒤에나 가능하데.."

내 이야기를 듣고 말을 잇지 못하는 친구에게도 역시... 쾌활하게 '괜찮다'고 답변해 주었다. 

 

보험회사에도 연락하고, 다이어리에 일정을 적고 조정해야 할 스케쥴도 

고쳐나갔다. 

 

이때까지도 괜찮은 줄 알았는데....

 

나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열었던 카페의 

주인장 글을 보자마자

나는 소리내어 엉엉엉엉~ 울었다. 

 

주인장도 10년 넘게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드디어 수술을 결정했다고 했다. 

하나도.... 다르지 않은 딱 내 마음. 

지금의 내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아 주었던 그분의 글을 보며 

나의 마음은 마냥 의연하고 괜찮고...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기에 

내 눈물이 쏟아져 나온 것이겠지... 

난 이미 울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심정은 이렇다. 

지금까지도 나는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한 선택을 해 왔고, 

앞으로 그러할 것이다. 

과정과 방법이 달라졌지만, 

그때도 지금도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잘 할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