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거리고 빈둥거리고
그러다가 배가 고프면
냉장고 뒤져서 손에 잡히는 것
입에 몇 개 털어넣고....
또 다시,
뒹굴거리고 빈둥거리고... 를 반복.
집에 있으면 시간도 안 가고 우울할 줄 알았는데
그럭저럭 적응하는 나를 보며
"나는 원래 '집순이'였구나. 이제서야 나의 정체성을 찾았어!!
나는 집순이다아~~~~~~~~"라고 했다.
괜찮은 거라 생각했다.
잘 지낸다 싶었다.
그러던 중,
이것 저것 때문에 매우 바쁜 날이 있었다.
나 스스로와의 약속으로
이른 아침에 일어나 헬스장을 갔다가,
학교에 가서 조교 업무를 보고,
중앙 도서관에 가서 과제를 마무리 하고,
본캐로 돌아가 직장에서 일을 하고 9시에 일과를 끝냈다.
중간 중간에
틈새 시간엔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우편물도 보내고,
운전도 하고
조금도 쉴틈이 없는 그런 하루를 보내고 난 뒤,
나는 나의 가슴에 꽉찬~~~ 만족감으로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 하고 있었다.
힘들어 죽겠어.. 가 아닌...
오늘 정말 뿌듯한 하루였어. 라는 마무리 멘트.
뭘까?
조언을 해 주시는 분을 만났고,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당신은 에너지가 밖으로 나가는 사람으로 보여요..
그런데, 하고 있는 일이나 상황이 그 에너지를 밖으로 보내지 못하고 있지요.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그러면, 몸도 아플 수 있어요. 그래서, 지금 아픈 것일 수도 있구요."
무기력이 조금씩 걷어지는 지금..
하고 싶은 것이 마구 떠오른다.
커피도 배우고 싶고, 일본어도 배우고 싶다.
도서관에서 멍 때리는 일이 더 많지만, 이 자리가 마음에 든다.
백신 주사 맞고, 여행가자는 친구의 이야기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다이어리에는 2021년 하반기 계획이 잔뜩 세워져 있고,
월간 일정은 파란색, 빨간색 볼펜으로 별표시를 마구 해 놓았다.
오랫동안 미뤄놨던 나의 지출현황과 앞으로 지출계획도 정리했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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