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통은
진짜 나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아주는 것 같다.
오전 내내
별 반응이 없더니만,
출근을 하려니... 통증이 밀려왔다.
결국 내 입에서는 "출근하기 싫어."라는 말을 내뱉게 하고야 말았으니 말이다.
오버나이트 생리대 5개와 속옷 2장을 챙겼다.
여분의 바지는... 설마.. 하고 챙기지 않았다.
하지만, 윗옷은 엉덩이를 충분히 덮는 검정색의 긴옷을 입었다.
반팔이다. 추웠다.
진통제를 먹을 정도의 통증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 날이기 때문에..
(새로운 클라이언트를 만나는 날!)
미리 한 알을 입에 털어넣고 집을 나섰다.
진통제는 미리 먹어야 한다고 한다.
아프고 난 뒤에 먹는 것이 아니란다고 한다.
그 덕인지,
통증없이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프로그램 끝나는 시간이 30분이나 남았는데
울컥 울컥..... 또 울컥 울컥... 이렇게 4번의 싸인이 왔다.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을 수도 없었다.
살짝 엉덩이를 떼었더니,
오 마이 갓.
이제 울컥이 아니라... 주르륵이다.
힘을 주어 배출을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이를 어쩐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프로그램을 마치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바지와 허벅지 사이로 상당한 양이 흘러들어왔다.
속옷은 물론이요,
바지의 밑위부분은 이미 흥건해졌다.
예전에
친구 아기를 돌보다가 기저귀를 갈아준 적이 있었다.
기저귀가 묵직했다.
나는 웃으면서 아기에게 잘 했다고 이야기 해 주었었다.
내 손에는
그와 같은 무게의 폐생리대가 올려져 있고,...
나의 빈혈, 나의 심장, 나의 가빠른 호흡이 타다닥~ 떠올랐다.
선지국이랑 깻잎이랑 순대... 왕창 먹어야겠다.
엄마한테 곰탕도 부탁 좀 해야겠다.
괜찮다.
나는 이런 일들이 익숙하다.
재작년 수업 중에
타이밍을 놓쳐 하의를 갈아입어야 했었다.
가을이었는데, 비가 왔었다.
우산을 차마 챙기지 못해 겉옷을 머리에 쓰고 주차장까지 가야했지만,
양말까지 붉게 물들은 하의를 감추기 위해
비를 맞고 주차장까지 걸어간 적도 있다.
그때 정말 바닥에 앉아서 엉엉 울고 싶었는데,
나는 우는 것 대신..
나에게 괜찮다고 이야기 해 줬었다.
괜찮아.
비는 많이 내리지 않아서 금방 마를 꺼야.
주차장은 그리 멀지 않고, 주차장 옆에 화장실이 있어서
수습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꺼야.
괜찮아. 괜찮아. 나를 위로하면서 주차장까지 걸어갔었다.
예전에는
누군가 나의 아픔을, 나의 상황을 알아줬으면 했다.
그런데, 알아줘도 나만큼 모르더라.
내가 위로해 주는게 정말 짱이다.
그리고, 나를 잘 아는... 동지(?)들?
네이버카페 주인장님의 쪽지가 진짜 짱이다.
오늘은,
속옷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반팔이언정 긴옷이라 모든 것을 가리니 얼마나 다행이냐..
다행이다, 감사하다,
많이 아프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이냐.. 하면서 상황을 수습할 수 있었다.
<선근증 일기 3일차 - 2>
위의 것으로 마무리를 하려고 했는데,
몇자 더 적어보려고 한다.
집에 오는 길에도 내 자궁은 내막을 떨어뜨리려 열일을 했고,
나는 2차 참사를 막기 위해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속옷을 탈의하는 순간
툭하고... 떨어져 나온 덩어리 하나.
정말 이번에 4학년된 우리 조카 주먹만하다.
이건.. 낳았다고 해야할 것 같다.
혈이 뭉친 건.. 배가 많이 차다는 건데..
어제 배를 원천봉쇄하지 않고 잔 것이 생각이 났다.
오늘은 제대로 해야겠다.
더운 물로 샤워를 하고,
몸의 열이 나가기 전에 양말로 열이 나가는 것을 차단했다.
지금은 많이 아프지는 않지만,
진통제 하나 먹고 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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