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걸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고 하는 거지?
새로운 지역으로 출근한다는 것은
설레기만 한 일은 아니었다.
새로운 곳에서
나의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이
나에게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기에 결정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생각지 못한 변수를 맞이 했을 때에는
여러 혼란으로... 나의 선택에 후회를 하게 된다.
작년 7월부터
지금의 결정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애물들이 많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을 한 것인데
다시 이러한 변수? 장애물?을 마딱들이니
시작하지 않는 것이 맞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렇게 답답한 마음으로 퇴근길에 올라탔다.
출퇴근길은 정말 좋다.
길이 정말 멋있다고 해야 하나?
상막하고 꽉막힌 서울의 도시를 헤집고 다니는 일상이다 보니
뻥 뚤린(아... 출근길은 진짜 많이 막힌다. 경기 남부지역이라..)
산세를 지나는 다니는 것은
내 마음의 답답함을 녹여내기에 너무나 충분하니까.
하지만,
이날따라 퇴근길의 좋음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또 다시 올라오는 생각..
내가 이 경력에, 이 학력에, 이 나이에...
이렇게 밖에 대접을 못 받나, 이 정도 처우에 만족해야 하나...
참.. 부질없는, 피해의식임에도
결정적인 순간에 이렇게 떠올라 나의 부정적인 생각을 더욱 더 단단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렇게 무거운 발걸음으로 퇴근을 하고...
일 하기 싫다, 일 하기 싫다며
주문을 외우듯이 그렇게 뱅뱅 돌았다.
당장에라도 센터장에게 연락을 해서 다음주부터 나가지 않겠다!!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고
누군가 나에게 의미없이 일 열심히 하자!라고 던지는 한마디를 듣는다면
혹은 열심히 살자! 라는 말을 던진다면
머리를 들이받을 것만 같은 그러한 심정이었다.
그런 틈에, 룸메의 책장에 꽂혀 있는 책 한권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은...
'왜 일하는가?'
이나모리 가즈오...
헐.
뭐야.
자석에 끌리듯 일단 책을 꺼내들었다.
보아하니, 포장을 뜯어서 이제 막 책장에 넣어둔 듯한 스멜이다.
햐...
다 들이받고 싶은데,
책 몇장을 보고, 누군가가 올려놓은 책 소개를 보고 나서
내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유치원생도 알 것 같은 뻔하디 뻔한 이 이야기가
나에게 설득력은 없었지만,
한번쯤 왜 그래야만 하는지... 고민해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는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인생에 대한 정의...
답답하다고만 여겨지는 나의 시간들에 대해서
좀 더 의미있게, 바람직하게(?) 고민해 보자는
그러한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었다.
이렇게 나를 도와주시는 것 같다.